여가생활/책

도시 힐링 에세이 <도시의 사생활> - 김지수

자두맛쭝이 2012. 9. 25. 18:17


 언제부턴가 집 주위로 넓게 있던 풀밭들이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큰고모 집에 가기 위해 넘어

야 했던 동산 수준의 언덕. 여름이면 동네 아이들과 페트병 하나씩 들고 돌아다니며 메뚜기, 사

마귀등을 잡으며 다녔던 이곳저곳. 그리고 당시 어른들은 관심 없었던 산딸기를 동네꼬마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먹어도 부족하지 않게 있었던 작은 뒷산까지.. 천천히 사라져 버렸다.


 몇달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왜 그것들이 사라졌는지 알게되었다. 모든것이 사라지고 그냥 평평

한 땅이 남은 곳에 각종 철근과 스티로폼, 나무들이 쌓이기 시작했고 어느덧 그곳에는 '아파트'

라는 것이 세워졌다. 그렇게 속초도 도시의 모습을 갖추어 가기 시작했다. 학교갈때 지름길로

통했던 길이 사라지며 세워진 아파트와 그곳을 지나려면 들어가야 했던 입구, 그리고 출구. 우

리는 어째서 그곳을 지날때마다 경비아저씨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지나가지 못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성형외과 대기실에는 상처 입은 육체의 행렬이 이어진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삶의 질적으로는 많은 부분이 좋아졌겠지만 어린시절 나에게 있어서는 

맘껏 놀수있는 곳도 사라지고, 심지어 갈 수 있는 곳 마저 제한받고 서울에서 온 이상한 사고방

식을 가진 부모한테서 함께 어울리면 질이 나빠질 수 있는 아이라는 소리를 듣는 상처도 받았었

다. 도시- 서울 - 사람들에 대한 이유없는 악감정은 아마 그때 생긴게 아닌가 생각된다.


 사유하는 에디터 '김지수'의 '도시의 사생활'에서 그녀는 그런 잃어 버린 것들에 대해, 살아남

기 위해 해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리'라는 사전적 의미와 도시에서 정의하는 

'우리'라는 숨겨진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도시에서 멋지진 못할망정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서 진정한 '자신'은 숨긴체 어떤 모습의 '자신'을 내놓아야 하는지. 그런 누가봐도 흠잡을 수 없

는 모습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아픔을 지니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우울할 권리마저 박탈당한 '프로작 국가'다.

행복한 인간만을 대량 생산한 획일적 미래를 유토피아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인 '김지수'를 소개하는 글에는 '시인의 꿈과 아나운서의 꿈을 절충해'라는 글이 종종 등장

한다. 그래서 인지 그녀의 글을 보면 시적인 표현이 글에 가득 베어있는 것을 느낀다. 그녀에 대

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왠지 가식없는 깊음이 느껴지는 그녀가 좋다.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 이후로 다시 한번 그녀를 만나게 되어서 너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