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생활/책

무라카미 하루키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자두맛쭝이 2012. 10. 5. 12:11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에 이어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이번 책 역시 순전히 그만의 개인적인 생각들이 수록되어 있다. 잡지에 고정적으로 내보내던 

글이다 보니 길어지는 것들에 대해서는 여러장에 걸쳐지기도 한다.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에서도 '안자이 미즈마루'분의 삽화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었는데

뭔가 책과 어울리지 않아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는데 여기에서는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간간히 느껴지는 '하루키'와 '미즈마루'분의 기싸움도 재미있다. 일부러 그가 곤욕스러워 하는 

그림을 그리도록 자극하는 하루키와 그것을 또 재치있게 넘기는 미즈마루.. 단순하면서도 이미

지를 깔끔하게 살린것 같아 매력적이었다.


 그리 길지 않고 재미난 내용으로 인해 쉽게 슥~슥 넘겨 금새 읽어 버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읽

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그렇게 읽어 버리고 나면 뭔가 조금은 허전해져 버릴 것 같다. '밸런타인

데이의 무말랭이'편에서 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무말랭이를 무치고 음식준비를 하다보니 오늘이

밸런타인데이였다니!!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하루키씨. 그의 모습을 보

면서 나도 잠시 과거로 돌아가 함께 공감하고 회상하고. 그러다보면 나도모르게 멍때리느라 시

간은 금새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하루키 에세이는 아침 저녁으로 읽기에 좋은 것 같다. 이런저런 온갖상상으로 많은 생

각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 할 수 있게 된다. 


 작년에는 명절따윈 부질없어 하며 온갖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언급하다가도 고작 일년 지

났을 뿐인데 이제는 명절 예찬론자가 되어 다시 장점에 대해서만 언급하기까지... 중심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사람 생각이라는게 원래 하루에도 몇십번씩 바뀌는 것이니 그런 모습에 평범

한 우리들 같아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한달에 한권씩 세권을 읽고 나니 벌써 세달이 지났다. 여름에 읽기 시작했는데 벌써 가을.. 

그리고 다섯권을 모두 읽고나면 어느새 한해가 마무리 될 것 같다. 시간 정말 빨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