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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생활/책

아름다움이 화가된 여인들 <화려한 경계>


 타고난 아름다움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빼앗긴 이들의 이야기. '공녀'란 고려후기에 원나라

로 바쳐져야만 했던 여자들을 말한다. 후에 조선으로 넘어가면서 공녀제도가 사라지는가 했지

만 워낙 약한 나라이다 보니 말만 '진헌녀'로 바뀐체 그대로 이어졌다. 이들은 대부분 황제의 후

궁이 되었지만 사실상 살아도 살아있는 존재라 하기는 힘들었다 한다. '화려한 경계'는 그런 여

자들 중 한씨가문의 '규란', '계란'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록 양반이었지만 가난해서 매끼니 챙기는 것조차 어려웠던 한씨집안은 진헌녀로 갔던 '규란'

이 성조의 후궁으로 뽑힌데 이어 '여비'가 되자 금새 위세가 높아졌다. 집안의 유일한 아들이었

던 '한확'은 그로인해 높은 관직에 까지 오르며 승승장구 하게 된다. 하지만 몇년후 성조가 죽자

당시에 있던 관행대로 순절을 맞아야만 했다. 사실 충절이나 정절을 지키기 위한 명예스런 죽음

이라고는 하나 당사자에게 있어 그것은 처형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20대초반의 나이로 고국

도 아닌 타국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되었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언니 못지 않게 예뻣던 '계란'역시 진헌의 운명을 피해 

갈수 없었다. 소설속에서는 어쩔수 없는 운명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한확'이 자신의 출세욕에

눈이 멀어 동생의 혼례도 막은체 진헌보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운명을 피할 수 없음을 알게 된 

계란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지위를, 사랑을, 여성을 모두 버린다. 


 성종의 어머니이자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의 할머니로 유명한 인수대비가 바로 '한확'의 딸

이다. 인수대비에게 있어 '규란', '계란'은 고모뻘이 되는 것이다. 사실 '한확'의 딸이 그 위치에 

올라간 것은 그녀의 고모인 아버지의 누이들 덕분인데 역사에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묻혀 있다

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그녀의 기록을 찾아 검색하던 중 '순장', '인수대비'에서 조금의 흔

적을 찾을 수 있었다.


 '화려한 경계'를 통해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과거의 아픔을 알수 있었다.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그녀의 슬픔을, 그리고 아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