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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생활/책

공지영 <사랑후에 오는 것들>


 사랑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20대 초반.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의지할 곳

을 잃고 준고만을 바라보는 홍. 아이러니 하게도 그런 홍을 위해 준고는 더 많은 일을 해야해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게 되고 사소한 오해가 깊어져 결국엔 이별을 맞이한다.


'내일이면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말들이 우리를 버려두고 추억의 페이지 속으로 우루루 사라져 버릴 지라도,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영원을 움켜쥔 듯 기쁠 것이다'


 지금도 많은 젊은 연인들이 미래를 약속하고 사랑을 속삭이고 있을 것이다. 많은 어른들이 과

거에 그랬던 것 처럼. 당시에는 서로 못보면 죽을 것 같고 모든 것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대

부분이 결국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 걸까? 아마 둘 사이를 벗어나 현실로 돌아왔을때 적응해 나

가기가 쉽지 않아서는 아닐까 생각한다. 핑크빛 미래에 집걱정 가계걱정 직장걱정 같은 것은 없

었을 테지만 그러한 것이 삶의 한 부분으로서 배재될 수 없는 것이다.


 부족한것 없이 자라 남들의 가난은 생각하지 못하는 홍.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온것을 알기에 그

녀가 원하는 것은 다 해주려 하지만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기에 매일 일에 치여야만 했던 준고.

함께 있어주는 것만을 원하는 홍이에게 그러지 못했던 준고,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랬지만 결국

홍이로 부터 '너희 일본사람들'이라는 말을 들어야만 했던 준고. 그것이 마지막이 되어 버렸다.


 그둘의 사랑이 다른 연인들의 사랑과 비교해서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7년이라는 긴 시간 속에

서도 서로를 잊지 못하고 간절히 원했던 것은 아마 첫사랑이 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 준고에게 칸나가 있기는 했었지만. 하지만 그래도 너무했다. 아무리 사랑했다고 

했더라도 그 긴 시간 못잊고 있었다는 것은... 결국 해피엔딩이어서 행복하긴 했지만..ㅎ;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야.

그건 지옥으로 들어가는 거지.

결혼은 좋은 사람하고 하는 거야'


 홍이 어머니가 홍이에게 해주는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했다. 어떤 뜻일까? 아마 배경이 가장 중

요하다라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틀린말은 아니지만 씁쓸하다... 그리고 준고가 유명한 작

가가 아닌 아직도 이런저런 알바를 하며 지낸다고 해도 과연 해피엔딩일 수 있었을까?


 홍이가 달렸던, 준고가 달렸던 율동공원이, 홍이가 잠깐씩 머물렀던 '호반의 집'이 내가 자주 

다녔던 곳이어서 그런지 그녀가 달릴때 함께 그 곳에 있었던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마도 다

음부터 율동공원에 가게되면 가장먼저 '홍'이가 생각날 것만 같다. 그리고 그들의 미소가...


ps. 냉정과 열정사이는 내용이 좀 맘에 안들긴 했지만 서로의 시선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소설을 처음 접한것이라 신선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그 매력을 많이 느꼇던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류의 연애소설이 많이 나왔으면 하고 바래본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