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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오랜만의 대학로 나들이~


 모하진 리포터 활동덕에 운좋게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보게 되었다.

 공연도 설렜지만 오랜만에 가보는 대학로라 더욱 설렜던 것 같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컬러풀한 똥들.

 지금은 없어 졌지만 예전엔 있었던 혜화 4번 출구 앞 포장마차들. 낙지, 국수, 우동.. 어린시절

에 정말 많이 먹었는데. 어렸을 땐 굳이 그곳에 가서 놀아야 한다고 주말이면 무궁화호를 타고

청량리.. 그리고 대학로까지.. 그리고 늘 밤새 떠들었던 야외 강당. 젊음의 거리에 걸맞게 항상

음악, 농구, 춤..이 함께 했던.

 그러한 옛 추억들을 잠깐 떠올리고 공연장으로 갔다.


 이야기는 극중 '최병호씨가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 조금은 세상과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병원. 그 작은 병원에

묶고 있던 최병호 씨가 갑자기 사라졌다. 

 병원은 성직자인 강베드로 신부가 운영하는데 점점 환자도 늘어나고 운영하는데 차질이 생겨

방송을 통해 기부금을 얻으려 계획을 했다. 물론 그의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고. 방송중에 메인

이 최병호씨였는데 크리스 마스 전날.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최병호씨가 묶고 있던 병실에는 두명의 환자가 더 있었다.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알콜중독자 환자 정숙자, 치매에 걸린 데다가 수시로 아무때나 똥을 싸데는 이길례 치

매 할머니. 그리고 크리스 마스에 이들과 따듯한 시간을 보내려 온 도우미 정연(착한년ㅋ)

 처음에 정연이 등장하면서 자기 소개를 할때 '전 바를 정자에 ~' '아.. 착한년' 좋네.. 이름..

에서 빵 터져 버렸다.ㅋ

 

 신부가 최병호씨를 찾으려고 단서를 찾으면서 병원에 있는 이들의 예전 이야기들이 하나씩

풀어진다. 약혼한 남자와 헤어지고 혹시나 방송을 통해 나를 보면 다시 찾아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크리스마스 자원봉사를 지원한 '정연'. 6.25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어린 우체부와

행복했던 시절도 있엇지만 지금은 치매로 고생하는 노인 '길례'. 사랑을 주면 안되는 그녀가 사

랑에 빠져 결국은 버림받아 술없이는 살수 없게 되어버린 '숙자'. 평생을 잊을 수도 찾을 수도

없는 가족을 그리워 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병호'. 그리고 세상으로 부터 버림받았다 여기며 힘

든 하루하루를 보내던 '민희'까지.


 그 속에서의 슬픔, 감동, 그리고 즐거움. 

 화려하진 않았지만 진지한 그리고 가슴을 울리는 그들의 노래. 숙자의 과거 회상에서 나왔던

화려한 춤들. 덕분에 눈과 귀가 정말 많이 호강했다.

 중간중간 잘생긴 의사 닥터리의 느끼한 멘트들이 있어 오글 거림도 있고, 예상치 못했던 곳에

서 빵빵 터트리는 출연진 덕에 처음부터 끝까지 얼굴에 웃음 가득 볼 수 있었다.

 

 결말은 해피엔딩이었지만 남겨진 알콜중독자 숙자와 치매 할머니의 모습이 왠지 조금은 쓸쓸

하게 보였다. 크리스 마스이브에 너무 나 잘어울릴 뮤지컬 이었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숙자'의 회상신에서 나왔던

 '밤에 대한 예의는 불을 켜지 않는 것'

그녀의 당시 모습에 너무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너무나 요염했던 그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