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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생활/책

<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인생에 있어 가장뜨거운 시절에 함께 모인 불량스럽지만 자신만의 인생철학이 확실한 청춘들.

준, 영길, 인호, 상진, 정수 그렇게 다섯은 책을 통해, 산을 통해, 그림을 통해 그들의 젊음을 불

태운다. 밖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며 죽어가는 학생들, 안으로는 세상과 동떨어져 보이는 듯한

무의미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사회에서 그들은 어느곳으로 가야할지를 정하지 못하고 이도저도 

아닌 곳으로 도피한다. 하지만 '도피'임에도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아닌 미래를 향한 도약

의 발걸음이었다.


 학교를 때려치우고 산으로 들어가서의 생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목적도 일정도 없이 무작정

떠나는 여행. 무임승차, 구걸아닌 구걸. 자신들이 잘못된 길을 가면 친구라도 제대로 된 곳을 가

라고 등떠밀지는 못할 망정 너만 살기냐며 함께 죽자는 식의 우정. 당시였기에, 세상을 아직 쉽

게 볼수 있던 나이었기에 모든 것이 가능했고 결과에 상관없이 즐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도 촌에서 살아서 그런지 어린시절부터 술을 자주 접했다. 매일 힘든 학업에도 틈만 

나면 건수를 만들어 술을 마셨으니,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저 아무것도 아닌걸로 술마시고 개

탄(?) - 이랄 수준도 못되지만;; - 하고 울고.. 입시제도가 어떠느니, 부모님테 잘해야 하는데 어

떠느니.. 그래도 당시에는 우리역시 다른 어떤것보다 진지했을 것이다.


 고3 여름방학, 수험생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에 나와 친구들은 땡땡이를 계획했다. 10대의 마지

막 방학을 학교에서 이렇게 보낼수는 없다고 부모님과 담임선생님을 설득할 그럴듯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다행이 남들 안보는 곳에서 나쁜짓을 하고 다녀 보여지는 이미지만으로

는 그럭저럭 무난한 성적, 성실한 학생들이었던 우리는 쉽게 설득에 성공할 수 있었다. 비록 중

요한 한달의 시기를 먹고 마시고 노느라 보내긴 했지만 이전처럼 가던 그길을 그대로 갈 수 있

었다.


 '샛별'이 되던 '개밥바라기'별이 되던 중요한 것은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남들이 

무엇이라고 불러주던 지지않고, 그곳에 남아 꾸준히 밝힐 수만 있다면 무엇을 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