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시험이 끝나 갑자기 할일은 없고 시간은 남아돌때, 수학여행 가는 버스안에서등 시간
이 남으면 가장많이 했던것이 만화책보는 것이었다. 다행이 주변에 돈이 많아 왠만하면 다 사들
이는 놈도 있었고 책방에서 수시로 빌리는 놈도 있어 원하는 책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당
시에 자주 봤던 만화중에 일본에서 나온 'H2'라는 것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우정을 쌓아온
'히로'와 '히데오'. 한명은 투수로 다른 한명은 타자로 모두 갑자원을 목표로 최고가 되는 그런
만화였다.
'H2' 그리고 '천하무적야구단'등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
을 보는 것이 즐겁고 짜릿해서 였을 것이다. 야구 명문학교에 간 '히데오'와는 달리 일반학교로
진학해 바닥부터 조금씩 팀이 성장하는 '히로'. 야구를 시작할 당시에는 그나마 괜찮은 몇명만
야구를 하고 나머지는 실수의 연속에서 조금씩 진정한 야구를 하게 되는 '천하무적 야구단'.
'나는 감독이다'에서도 그런 감동이 그대로 나타난다. 만년 꼴지팀 '엔젤스'. 선수들 엔트리를
점집을 찾아가 숫자를 받아오는 감독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이정도면 됬어', '우린 즐겁게 했어'
라는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게다가 그들의 그런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지 그저 자기 자식인 마냥 예뻐해주는 구단주까지.. 그런 '엔젤스'에게 희망은 없어 보
였다.
하지만 '엔젤스'의 코치로 있던 전설의 야구선수 '히로오카'가 감독이 되면서 엔젤스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는 선수들에게 그저 즐기는 야구가 아닌 '이기면서' 즐기는 야구가 무엇
인지 가르쳐주며 팀을 조금씩 이끌어 간다.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훌륭한 실력을 가진 '와타라
이'의 영입. 부족한 투수진의 보완.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들을 위한 훈련. 무엇보다 '썩어빠진'
'엔젤스'전체의 분위기를 서서히 변화시킨다.
관중들의 함성, 땀냄새, 선수들의 열정 없이 책만으로 그라운드의 느낌이 날까 생각했는데 '에
비사와 야스히사'가 훌륭하게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야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책
을 놓는 순간까지 흥미진진하게 '엔젤스'와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