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읽었던 '폴 하딩'의 <팅커스>가 자식의 눈에서 아버지로, 다시 아버지의 눈에서 그의
아버지로 올라가며 개인의 관점과 타인의 관점을 번갈아 보여주며 가족이라는 모습을 보여줬다
면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은 오로지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생을 바라본다. 철저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아이에서 조금 나이 든 아이로 늙은 아이에서 잠시 어른이 되지만 다시 아이로 돌아가
버린다. 70을 조금 넘는 인생을 살았지만 아주 잠시만 어른이엇을 뿐 평생을 아이로 살았던 평
범한 남자 - 에브리맨 (everyman .= everybody) - 의 일생.
자식들에게 무엇인가 남겨주기 위해 자신이 하던일을 버리고 '에브리맨'이라는 보석상을 열었
던 그의 아버지. 그 두 아들은 자신의 부모로 부터 큰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언젠가 수술을 할
때에도 그의 가족들은 그에게 큰 안정과 위로를 해 주었다. 무엇하나 부족할 것 없는 유년시절
을 보내고 사회에 나와서도 나름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지만 자기 가정에는 그러지 못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두 아들과 아내를 버리고 말았다.
'이번에는 좋은 여자를 얻었구나. 망치지 마라. 떠나게 하지마.'
그러던 어느 힘든 시기에 옆에서 헌신적인 사랑을 주고, 희생했던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자
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을 꺼내준 이여자를 위해 평생을 살아가기로 결심
하지만 고작 십여년 정도의 시기에 잊어 버리고 만다. 우연히 시작한 회사 비서와의 불장난. 언
제나 돌아갈 곳은 가정이라는 자기위안으로 죄책감마저 없애버리고, 그의 행동은 더욱 대담해
진다. 모든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남편을 믿었던 순진한 아내는 '성숙하고 똑똑한 아내'가 되어
그의 거짓말에 진저리 치며 그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이제 당신 말은 한마디도 더 믿을 수 없게 됐어.
나는 당신이 다시 진실해질 수 있을 거라고 절대 믿을 수가 없어.'
그는 인생의 초반에서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는데 인생을 살면서 하나씩 하나씩
스스로 주변을 정리해가며 스스로 혼자가 되어가는 꼴이 돼버렸다. 다행이 그의 옆에는 '피비'
와의 딸 '낸시'가 있어 완전한 외로움을 겪지 않을 수는 있었지만 결국 수술대에서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책을 읽고 난 후 주인공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훑어 봤는데 그의 이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안보인다.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보니 저자는 주인공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그'가 바로 '에브리맨'이기 때문인가 보다..
평범한 한 남자의 일생을 통해 다시 한번 건강, 가족, 믿음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한다.
ps. 책의 중간 그가 외도하는 당시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말 적나라하게, 맛깔지
게 표현이 되어 있다. 그의 전작중에 '포트노이의 불평(Portnoy's Complaint)'이 있는데 국내에
는 '포트노이씨의 불만', '포트노이씨의 성 불만'으로 출간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파는 곳이
없다..;; 원서를 사면.. 읽는 것도 힘들고... 속뜻을 몰라 재미를 느끼기도 힘들텐데... 아쉽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