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애는 어른이 자길 질투한다는 생각은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어.
어른들은 모든 걸 다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건든.
애들은 어른을 너무 과대평가한다니까.'
메누토가의 괴짜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마을에서 한시간 가까운 시간을 차를 타고 산속으로 들
어가야만 한다. 게다가 그곳으로 가는길에는 곰들이 득실거려 걸어서는 절대로 갈 수도 없다.
세상과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90세의 쌍둥이 자매 '펜펜'과 '틸리'가 산다. 자동차를 제외하
고는 유일하게 세상과 연결된 전화기도 발신은 되지 않고 수신만 가능하다.
기껏해야 한달에 한두번 방문하는 머틀을 제외하고는 사람의 발걸음이 없는 그곳에 '래칫'이
방문하게 되면서 70여년간 조용했던 곳이 조금씩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새로운 곳으로 조금씩 적응할 무렵 또다시 새로운 손님이 오게 된다.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십
여년간 맡아 키웠던 딸과 같은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기 위해 운전을 하다 실수로 그녀들의 집에
오게 된 것이다. 결국 펜펜과 틸리는 그녀 역시 맡아 키우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어깨에 있는 상처로 인해 어려서부터 기가죽어 있던 래칫,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말로
표현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의 하퍼. 90여년간의 삶이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 '펜펜과 틸리'였기에 어린 소녀들은 어둠보다는 빛을
택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문명의 혜택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그 곳에서 곧 죽음을 바라보는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자신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십대 소녀들의 성
장이야기.
할수있는 건 없었어도 어린시절 할머니와 함께 했던 밭일, 졸래졸래 따라다니면서 감자 주워
다 자루에 넣고, 호미로 땅도 파고.. 장에 나가서는 옆에 있다 지루해서 오락실에 가서 시간도
보내고.. 기억 깊은 곳에 묻혀 있던 것들을 다시 꺼내 볼 수 있었던 유쾌한 시간이었다.ㅎ
아이가 어른의 세계를 처음으로 이해하게 될 때, 어른이 늘 숭고한 지성에 찬 존재가 아
님을, 어른의 판단이 늘 현명하진 않음을, 어른의 생각이 늘 진실한 건 아님을 알게 될
때, 아이의 세계는 공포와 핍진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아이는 두 번 다시 이전의 온전한
세계를 회복하지 못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토록 아픈 것이다.
- 존 스타인벡, 『에덴의 동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