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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생활/책

어렴풋이 남아있는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


 어린시절 추운 겨울 혹은 비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우리집 앞 작은 공간, 집 뒤 작은 공간에는 

언제나 간단한 먹거리와 함께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는 어른들이 계셨다. 아버지를 포함에서 뒷

집 아저씨, 동네 슈퍼, 정육점 아저씨등.. 기억은 나지 않지만 별다른 이야기 거리가 없어도 작

은 사건 하나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정을 나누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달의 배' 마을로 이사온 후 처음으로 가본 '회오리바람 식당'. 그 곳에서 그는 고로케를 먹

으며 단돈 3,500엔이면 살수 있는 공간이동 장치에 관한 얘기를 유심히 듣게 된다. 그것의 외형

이 비록 만보기일지라도, 다른 모든 사람들이 엉터리라며 야유할때도 그만 공간이동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며 살까 말까를 고민한다. 고로케를 다 먹은 그는 결국 '모자가게 아저씨'에게서 만

보기를 가장한 '공간이동 장치'를 사고 만다.


 어린시절 마술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자주 갔던 극단. 그 곳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에스프레소를 

드셨고, 그에게는 코코아를 시켜주었다. 갑자기 맡게된 에스프레소 시나리오에서 오래전 돌아

가신 아버지를 떠올리고, 어린시절 신기한 기계가 있었던 그곳이 생각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과거의 그곳을 찾아간다. 이미 많은 것들이 변해있었지만, 에스프레소 향이 가득했던 그곳은 오

래전 그 사람의 아들이 새롭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옛날에 이곳에 있던 사람들, 애인이나 

배우, 모든 이들의 추억을 지켜주기 위해'


 매일 저녁이면 아무 생각없이 찾아가게 되는 '회오리바람 식당'. 그 곳으로 가는 길에는 서서히 

문닫을 준비를 하는 과일가게 청년이 있고, 그 곳에는 언제나 처럼 모자가게 아저씨, 그리고 같

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나쓰씨가 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오래전 동네의 사람들

처럼 무엇인가 끈끈한 것으로 이루어진 그들. 지난날 무덤덤하게 지나쳤던 풍경, 냄새, 기분...

사실 너무 사소한 것들이라 한번도 되돌아본 적 없었던 추억을 조금씩 꺼내어 줄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

 

'일이 생기면, 식당으로. 생각만 한들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먹기만 해도 생각의 발전은 없다. 그러나 먹으면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어려운 것이 간단히 생각되기도 한다. 식당이라는 곳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