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 천명관 / 문학동네
한번의 영화실패로 모든 것을 잃고 더이상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오감독. 가끔 걸려오던 어
머니의 전화로 새삼 자신에게도 가족이 있음을 깨닫는다. 재산이고 뭐고 가진것이 없기에 결국
나이 마흔이 넘어 어머니의 집에 들어가기로 선택아닌 선택을 한다. 그곳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어머니에게 빌붙어 사는 소위말하는 잉여인 형 '오함마'도 함께 살고 있다.
스무평이 조금 넘는 곳에 다큰 아들 둘이 엄마에게 빌붙어 사는 곳. 그것이 끝인줄 알았건만 어
느날 갑작스레 여고생이 나타난다. 어찌하다 보니 막내 여동생 미연마저 사정이 생겨서 어머니
의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결국 이십여년 만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제외하고 모든 가족이 한집
에서 다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감옥을 집드나들듯이 다니며 화려한 전과를 가지고 있는 만년백수 큰형 '오함마'. 영화실패로
가족과 재산 모든것을 잃고 마찬가지로 백수가 되어 돌아온 둘째 '오감독'. 타고난 바람기로 한
남자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두번이나 이혼을 한 막내 미연. 그리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그녀의 딸. 이 모두를 엄마는 아무말도 없이 거두어 들인다.
'씨발새끼! 네 집도 아닌데 내가 들어오든 말든 왜 지랄이야, 지랄이!'
'여기 들어와 살겠다는 걸 보니까 오감독님 인생도 이제 좆된 모양이네, 그렇지?'
'저기요, 아저씨. 조카 이름도 모르는 삼촌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캐릭터 한명한명이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듯한, 그리고 재미난 말투. 가족이 모두 모
이면서 작은 재미난 일들도 생기지만 오랜시절 잊고 지냈던, 있었는지도 몰랐던 기억들이 조금
씩 수면위로 오르면서 집에는 위기가 닥친다. 게다가 미연딸의 가출.
결코 해피엔드로 끝날수 없을 것만 같았지만 인생을 한방에 역전시킨 오함마, 오래전에 잊고
있었던 어쩌면 사랑이었던 것 같은 그녀를 삶의 끝자락에서 만난 오감독. 자신을 잘 아껴줄수
있는 남자를 만난 미연. 그리고 50여년만에 다시 만난 엄마의 그.
얼핏보면 물어뜯고 상처만 주는 것 같지만 모두 자신만큼 가족을 아껴온 그들. 밥을 한끼 먹더
라도 함께 이기에 더 맛나고 그로인해 이야기도 피어나가고. 우리 모두의 가족이야기가 조금씩
들어 있어 더욱 재미나게 읽은 책. 무엇보다 모두 사랑을 찾은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역시 삶
은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