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봄은 더디게 왔다.
페터 반 게스텔 / 돌베개
1946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의 한 소년의 이야기.
아니 토마스와 츠반 그리고 베트의 이야기.
주인공 토마스는 한해전 크리스마스에 엄마를 잃고 마땅한 직업이 없는 아버지와 단 둘이 생활
한다. 가끔 주변에 계신 피이모에게 가서 간단한 먹거리를 얻어 오고, 같은 반에서 지내는 한 여
자 아이를 짝사랑 하고, 가끔 친구에게 괴롭힘도 당하는 그저그런 일상을 보낸다.
피에트 츠반은 그해 겨울 토마스와 같은 반으로 전학을 오면서 조금씩 새로운 일들이 생긴다.
요스아줌마 ( 베트의 어머니 ) 와 베트와 함께 생활하는 츠반은 전쟁 당시 독일의 유대인 학살
로 인해 부모님을 잃었다. 마찬가지로 베트도 같은 시기에 아버지를 잃었다.
비록 전쟁은 끝났지만 그들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게 되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
엄마 아빠가 속살거리를 소리를 들었을 텐데.
하지만 전쟁은 오래전에 끝났다.'
- 67p 토마스
토마스 아버지가 독일로 가서 일을 하기로 결심하면서 토마스는 요스아줌마의 권유로 츠반 베
트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철없는 - 사실 열두살이면 당연한 것이지만 - 토마스와 아픔으로 인
해 너무 조숙해져버린 츠반. 같은 것을 서로 다른 시야로 바라보면서 서로에게 흥미를 가지고
의견을 나누는, 그리고 하나부터 열까지 사사건건 잔소리를 해대는 베트.
함께한 것은 아주 잠깐 이었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의 우정이 조금씩 커지게 된다.
사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 그리고 전쟁을 직접 겪은 어른들, 이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
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토마스의 아이다운 호기심, 행동들로 인해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
보다는 조금 밝은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이제 뭐 물어봐도 돼? 베트가 고개를 그덕였다.
넌 너희 아빠랑 닮았어. 그건 질문이 아니야'
- 232p 베트와 토마스의 대화
그렇다고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어찌되었든 평생을 가슴속에 두고 살아가야할 요스아줌마와
츠반과 베트. 책을 덮고 나서도 요스아줌마의 말이 귓가에 멤돈다.
'나는 사실 절대 잠을 자지 않는단다.'
- 216p
'너희야 내가 그저 나 때문에 슬퍼하는 줄 알지. 아침에 일어나면 벌써 밤이 두려운데.
너희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해. 바깥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지.'
- 218p
'그 사람들은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아직 받을 수 없는 것을 원해
...
나는 그 사람들과 같은 시대에 살지 않아. 안타까운 일이지'
- 303p
너무 자주 쉽게 누군가에게 빠져 버리는, 모든 걸 다 줄듯이 살갑다가도 조금만 마음에 안들면
다시는 보지 않겠다며 욕을 해대는 열두살 토마스의 지난 겨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