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고등학생 시절 속초에 구장이 하나 생겼다. 당시에 다른곳에 신경쓸 여력이 없
었기에 왜 생겼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가끔 연애인들도 와서 축구를 하고 이런저런 시합을 종
종 했었던 기억이 난다. 책을 보고 나서야 정확한 날자를 알게 되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는 수능이 끝난 후 학교에서 - 아마 속초에 있는 학교 모두에서 - 단체로 경기장에 대려가 축구
관람을 시켰었다. 당시 속초출신으로 실력이 상당히 월등했던 '김주성'선수의 은퇴경기로 프로
올스타팀과 부산대우와의 시합이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구장시설이 좋지 않다보니 골을 넣은 장면을 다시 보여준다거나 선수들
클로즈업 같은것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전용구장도 아니다 보니 멀리서 움직이는 선수들을 보
며 생동감을 느낄수도 없었을 뿐더러, 친구와 수다 떠느라 골장면도 놓치는둥.. 개인적으로 상
당히 별로였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2002년까지 연속으로 월드컵 진출에 이어 2002년 우리나라에서 개최까지 하게 되어 대
한민국이 축구 하나로 온통 축제 분위기일때도 군대에서 TV수신이 되지 않는 먼곳에 배를 타고
나가 즐기지 못했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스포츠 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다 보니 자연
스레 축구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우연히 'K리그 레전드'라는 책을 접했다.
우리나라에 프로리그라고 할 수 있는 리그가 생긴후 30년을 이어 오며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아
까운 이야기들이 책에 들어있다. 그 안에는 단순히 특정 선수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팀,
감독, 서포터즈, 심지어 구장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어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축구에 대한 책인
데 외국인의 비중도 높이 평가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무엇보다 국내리그를 중심으로 한다는
책의 본연의 의지에 따라 아무리 실력이 좋도 인기가 많은 스타라도 배재가 됐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K리그 레전드'이므로...
비록 많은 부분을 공감 할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가지고 있던 그 시절 선수들의 플레이와 관
련된 기억을 떠올리며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스토리 또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프로리그의
탄생 배경, 선수들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서포터즈의 탄생과 그들의 열정. 그리고 어떻게 보
면 가장 중요할 수 있는 돈과 관련된 것들까지. 어느 한 부분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많은 부분을
볼 수 있어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저자의 이야기에 나와있는
'책장을 펼친 그곳에서 당신의 추억과 감성을 소환하는 어느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면,
또는 몰랐던 사실 하나라도 재발견할 수 있게 된다면,'
책을 읽으면서 새록새록 추억을 발견할 수 있어 진심으로 즐거웠다.